외도를 해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실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니까 막을 방법이 없고, 정확히는 법원에서 이혼청구가 인용되느냐의 문제겠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사람(유책배우자)은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 유책주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서 더이상 무의미한 관계를 존속할 이유가 없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양쪽 모두 이혼청구를 있다는 입장이 파탄주의입니다.
우리나라 법제는 전통적으로 유책주의를 취해 왔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서 혼인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외도를 한 당사자는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상 이혼을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여 협의이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간통죄가 폐지될 만큼 가족과 혼인생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많이 변화하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대폭 증가하여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된 만큼 유책주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2015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질 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7:6으로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였습니다.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해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고,
②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나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에서도 비슷하게 견해가 나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곧 있으면 파탄주의를 도입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부가 신뢰와 사랑을 완전히 상실하여 더이상 함께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면 이혼을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도 맞는 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고집으로 인해서 과거에 묶여 있다면 서로를 불행하게 하고 소모적인 갈등만 계속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를 더욱 행복하게 해 줄 다른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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