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채무자가 무자력상태여서 나의 채권을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산가이던 채무자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채무자가 그 재산으로 나의 채권을 변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부모님에 대한 자신의 상속권을 포기해서 자신의 몫만큼 다른 형제들로 하여금 상속받게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채무자의 상속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상속포기가 '인적 결단'으로서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게 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복잡해져 상속인 확정이 어려워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견해는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독일의 통설 및 판례를 계수한 것인데요. 독일 도산법 제83조 제1항에서는 "채무자가 도산절차 개시 전이나 절차 계속 중에 상속이나 유증을 받았으면, 승인이나 포기의 권한은 채무자에게만 귀속한다."라는 조문을 두고 있는데, 독일에서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조문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파산선고 전에는 채무자의 상속포기가 자유롭게 인정되므로 채권자가 마음대로 부인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채권자취소권도 마찬가지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조문이 없고, 다만 채무자회생법 제386조 제1항에서 파산선고 이후의 상속포기에 대해서 한정승인의 효력만을 가진다고 제한하고 있을 뿐인데 독일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기는 합니다. 이러한 입법의 미비는 관련조문의 입법을 통해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통설과 판례로서는 채무자가 나에게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악의를 가지고 상속포기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인 내가 달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제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반대로 채무를 부담하고 계신 분들의 경우에는 상속포기를 통해 부모님의 상속재산으로 채권이 변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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